깊은 밤의 대나무숲

임금님 귀는
당나귀 귀

"여기서는 무슨 말이든 해도 됩니다"

서버도, 계정도, 기록도 없습니다.
이야기는 이 폰 안에서만 머뭅니다.

대나무숲 듣고 있어요
오늘 밤
어서 와요. 오늘 밤 숲은 조용해요. 어떤 이야기든 여기 두고 가도 됩니다.
오늘 회의에서 내 기획안이 통째로 까였어. 2주 동안 준비했는데.
2주를 쏟아부은 게 그렇게 되면… 많이 허탈했겠어요.
제일 어이없는 건 부장님이 지난주엔 좋다고 했다는 거야. 사람들 앞에서 말이 바뀌더라.
믿었던 말이 사람들 앞에서 뒤집히면 서운함이 배가 되죠. 그 자리에선 어떤 마음이 들었어요?
그냥… 내가 뭘 위해 이렇게까지 하나 싶더라. 좀 창피하기도 했고.
창피할 일 아니에요. 그만큼 진심이었다는 거니까. 여기서는 그 마음 그대로 꺼내 놓아도 돼요.
바람에 날려보내기 혼자만의 의식

오늘 이야기를
바람에 날려보낼까요?

이야기는 처음부터 이 폰 밖으로 나간 적이 없어요. 날려보내면, 여기에서도 사라집니다.